"부산, 도심 경사지의 여덟 가족을 위한 연면적 820 제곱미터, 4층 단독 건물이다. 도시에서 ‘아이들을 좀 더 아이답게 키우고 싶은’ 열망을 공유한 공동체를 위한 집합 주거이다. 우선 숨이 막힌다. 건축가의 개입으로 함께 사는 문제가 다루어졌던 유사한 스케일의 선례들과 여유로움 측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제약들과 동시에, 이 제약에 비례하는 다수의 절실한 열망의 충돌이 강력하게 느껴져서이다."
"여기서의 건축가의 개입은 우선, 건축주 여덟 가족, 30명 각 구성원의 꿈을 듣는 일이다. 이 부분까지는 공감 능력, 끈기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음 단계는 이 정량화 될 수 없는 설계 조건으로서의 수많은 상이한 꿈들을, 제한 된 가용 면적, 볼륨과 같은 정량적 조건에 투영하며, 제로섬 게임 이상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이는 고난이도의 퍼즐 맞추기처럼, 공간을 다루는 설계 자의 탁월한 능력과 경험으로만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개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움직이는 여러 개의 과녁’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일이 인지상정으로 생겨나고, 그래서 한 부분이 바뀌거나, 이탈하면 전체를 다시 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의 주거 대상자는 과거 비슷한 규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던 혈연, 우정, 직업, 종교 등을 기반으로 공동의 토대, 문화, 가치와 위계를 가진 주거 공동체와 다르다. 이들은 도시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을 좀 더 아이답게 키우기 위해서는’ (이 동기는, ‘사람으로서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의 완곡한 표현으로 들린다.) 모여 살아야 하는데, 기존 공급되어 온 공동 주거 형태의 사회적 환경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공유했지만, 공동체라고 하기에는 느슨하게 출발했다. 이 상황에서 거주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더욱 결속력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과 거주자 모두의 꿈을 이뤄보고자, 알면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한 설계자의 역할이다. 이는 투입 시간과 직업적 능력을 넘어, 모여 살아 가능하며 발생될 공동의 선을 믿고, 이 공동체의 일부로서 함께 지속시키려는 강도 높은 개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대안적’ 개입 방식이 솔직히 경제 활동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 의문시 되서, 더욱 보살피고 조명되어야 할 작업이기도 하다."
2020년 제43회 한국건축가협회상 심사평 중
심사위원장 김준성/ 심사위원 김용미, 김헌, 김동진, 조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