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의 트리밍 작업처럼, 인간의 뇌는 스스로가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이미지만 확대하고, 주변에 있는 잡동사니를 의도적으로 망각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파노라믹한 사진 한 컷으로도 담을 수 없는 여행지의 인상적인 장관과 그 벅찬 감동의 순간들을, 스스로가 선택적으로 다양하게 변화시켜 자신만의 생생한 추억들로 편집하여 오랫동안 간직하게 할 수는 없을까? 포토샾의 크로핑(cropping)이 이미지를 가다듬어 최종본으로 만드는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마무리 작업인데 반해, ‘장소의 크로핑’은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즉발적으로 그때와 그곳 그리고 당시의 분위기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우연한 비결정적 이미지들을 우리의 살아있는 공간에서 계속적으로 생성해낸다. 똑같은 풍경도 작가마다 다른 사진이 나오듯, 같은 공간도 그때만의 상황과 각자 다른 무의식적인지 방식에 따라 늘 다른 장소성을 만들어 낸다. 지금 이 순간,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는 이러한 스스로의 크로핑 작업은, 찌든 세상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덜어내고, 담고 싶은 시간(duree)을 지연시키는 ‘자기 편집’ 과정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크롭하여 제거하고 나면, 비로소 다양한 기억들이 나만의 이야기로 함축되고 이미지화되어 오랫동안 가슴속에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