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닮은 계단실, 도시와 건축을 잇는 틈
건물은 왕십리 대로변과 이면도로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하며, 이는 곧 과거 도시 조직과 신도시 흐름이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경계에 ‘골목길을 닮은 계단실’ 을 제안했다. 두 건물 사이에 외부 계단실을 두고, 이를 통해 도시와 건축 사이의 단절을 잇는 흐름의 장치로 삼았다.
이 계단실은 물리적 연결을 넘어 도시의 경험을 확장하는 장소가 되었다. 좁은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움직임이 흐르며, 도시의 리듬이 건축 안으로 스며드는 통로로 작동한다. 과거의 골목길처럼 유도된 동선은 사용자의 경험을 유연하게 만들며, 각기 다른 시대의 건물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공존하도록 만든다.
오래된 것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가능성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물 리모델링이 아니다. 이는 과거의 잔재를 보존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시간성을 덧입힌 작업이었다. 소위 ‘새로움’을 위한 제거가 아닌, 기존이 지닌 가치와 리듬을 현대적으로 조율하는 방식. 우리는 오래된 것이 오히려 더욱 현대적인 감각을 품을 수 있음을, 이 공간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다.
건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중첩되는 장소다.
왕십리 W1+W2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그러한 중첩의 구조를 탐색한 실험이었다. 이곳에 서면, 사라진 한옥의 기억이 입면에 녹아 흐르고, 도시의 새로운 흐름은 그 틈을 따라 조용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