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오피스에서는 일의 효율에 있어서 공간의 규모나 노동의 시간보다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다. 또한 업무공간의 몰입 여건만큼이나, 상호 간의 협력과 공유, 놀이와 쉼, 교류와 마주침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의 유연성(Spacial Flexibility)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마곡산업단지의 이 IT 연구소는 길가에서 건물을 처음 접할 때, 보이는 각도에 따라 도시와 건물 간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렌티큘러(Lenticular) 효과로 첫눈에 하이테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진입홀에 들어서면 다소 차갑게 느껴지지만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감돌고, 개방형 엘리베이터를 통해 업무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공중에 떠 있는 계단과 브릿지는 마치 SF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이내 업무공간 최상층에 도착하여 숨을 고르고 보이드 공간을 아래로 내려다보니, 진입으로부터 지나온 여정의 시각적 감각은 잔상으로 사라지고, 탄탄하게 구성된 업무공간의 내부 시스템이 서서히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마치 건축가의 새로운 업무공간에 대한 갈망이 동기화되듯, 시대가 요구하는 오피스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과 도전, 그리고 곳곳에 묻어있는 실험의 흔적들이 감지된다.
업무공간의 현대적 시스템으로써 첫 번째로 눈에 띈 요소는, 외부를 둘러싸는 표피를 알루미늄 압출 루버로 설치하여 서향의 직사광선을 차단하면서도 동시에 외부로 멀리 시야를 확보하고 그 주위로 집중 업무공간을 배치하여 업무의 몰입도를 높인 점이다.
두 번째로는 3-7층의 업무영역 중심부를 과감하게 비워낸 보이드(Void)였다. 크게 내부를 향해 열리도록 비워낸 공간에는 오르내리는 계단과 공중다리로 연결하여 자유롭게 교류되도록 하고, 중간부인 6층에 크고 작은 회의실들을 모아 만남의 영역(Meeting Area)을 마련하여, 층별로 분리된 팀별 조직이 의도적으로 섞이고 구성원들 간에 마주침의 빈도를 높여, 적극적인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이 유도되도록 장치하였다. 조직의 응집과 사람 상호 간의 관계를 이끄는 보이드 공간은 오르내리는 누드엘리베이터와 자연의 빛, 공기를 수직적으로 순환시키고, 비워낸 바닥층 지면에 외부 자연을 이식하여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으로 채워진다. 이는 내부 안에 품은 실재적 자연을 촉각적으로 경관 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내외부 공간을 역전시키는 효과를 일으키며, 긴 일상을 보내는 연구원에게 건강한 업무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2023년 한국건축가협회상 심사평 중
심사위원장 최명철 심사위원 김동진, 신경선, 오신욱, 인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