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이자 작가 서용선의 작품은 현실의 3차원 공간을 캔버스에 2차원으로 이미지화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가득하다.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익숙한 원근법적 공간지각과 이미지에 대한 의문과 비틀기는 이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향이 됐다. 작품에 나타나는 어떤 원초적 감각은 강렬한 원색의 선과 덩어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빨간색은 대상을 여백과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며, 사실적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하며, 상징적인 동시에 심리적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건물이 서 있는 방식 혹은 건축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지점을 탐색했다. 일상의 공간과 경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캔버스와 전시공간 밖으로 확장하여 건축과 도시로 연결시키고자 했다. 건물은 마을 입구의 도로변에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게끔 배치됐다. 정면에서 볼 때 건물은 마치 평면에 그려진 떠 있는 정육면체처럼 지각된다. 거푸집의 철저한 격자 패턴과 이음매의 두께가 없어 보이는 격자창의 구멍들 그리고 모든 창과 난간 등의 디테일까지 칠해진 붉은색은 3차원적 구조체를 2차원적 이미지로 만든다. 배면의 규칙적인 창은 내부에 풍경을 액자처럼 보여주고, 전시할 때는 그림이 걸리는 모듈이 된다. 건물의 내부 혹은 주변을 돌아보다보면 건물의 두께가 굉장히 얇다는 것을 깨닫고, 정면에서 본 정육면체 이미지는 깨어져 익숙한 공간지각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