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향해 쓰는 활’이란 뜻을 담은 시호재(時弧齋), 이곳은 경상북도 칠곡군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결합한 프라이빗 레지던시다. 미술 애호가인 건축주는 자신이 수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면서,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함께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부탁했다. 대지의 첫인상은 마치 산세에 둘러싸인 편안한 분지와도 같았다. 다층적이고 조화롭지 못한 작금의 도시 풍경에 피로감을 느낀 터라, 이곳에서는 팔공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분지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과 공기의 향기와 촉감을 소재로 연주되는 교향곡을 떠올리며 설계를 구상해나갔다. 방문자들은 차에서 내려 작은 정원 사이로 보이는 긴 담을 끼고 들어가게 되는데, 건물 안쪽으로 진입 하자마자 외부에서 보이던 담이 건물의 일부로 전환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반전을 보여주는 담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꾀하고 오롯이 '시호재'안에서 쉼에 몰입하게 하는 건축적 장치다. 두팔을 벌려 맞이하듯, 양쪽으로 호를 그리며 배치된 두 건물 사이로 진입하는 동선은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과 동시에 건축주의 환대를 담고 있다. 건축주가 머무는 주택 양옆으로 뻗은 두 동 가운데 서측 동은 갤러리 겸 카폐(시차)로 운영된다. 의자에 앉으면 정원의 연못을 통해 비치는 하늘과 함께 정원이 품안으로 들어오듯 한눈에 담긴다.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동측 동은 복도를 따라 설치된 수직루버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필지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산지와 대지에 있던 습지를 모티브로 하여, 산과 정원, 건축물이 잘 조화되도록 한 작품이다. 둥근 호 형태의 지붕선을 과감하게 적용하여, 주변 풍경을 재단해 냄으로써 주변 산세를 드라마틱하고 시적으로 잘 표현해 내었다. 건축이 자연을 감상하는 지렛대로서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재료의 활용과 디테일의 섬세함으로 건축 불모지인 농촌 마을에 수준 높은 건축물을 선보임으로써 지역 사회의 문화적 안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